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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좋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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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중국집 회사 앞에는 자주 가는 중국집이 있었다. 물론 내가 가는 중국집이 아니라 회사에서 가는 중국집이다. 홍대라서 주변에 맛집과 회식할 공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지하 중국집은 고정적인 장소였다. 우선 회사 정문을 나와서 20걸음 정도 밖에 안된다. 그리고 내부 공간도 10명 남짓 밖에 못들어가는데, 회식을 하면 딱 우리 부서가 들어가면 가득 찼기 때문일까? 이유가 어떻던 간에 그 중국집은 많으면 1주일에 한 번,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갔다. 점심은 제외하고. 그러던 어느 늦 가을, 그 중국집에서 따뜻한 깐풍기와 깐쇼새우, 볶음 짜장을 먹기로 했다. 날도 추워지니 뜨끈한 중화요리에 한 잔 하다는 의미였으나, 여름에는 이열치열이었다고 하고 평소에는 가까운데 가자고 하고, 이유는 항상 달랐으나 목적지는 항상..
좋소의 하루 매일 오전 7시까지 출근을 한다. 사실 공식적인 출근시간은 9시지만 해외바이어는 본인들 퇴근시간 전에 반드시 답을 받고 싶어 한다. 그들이 갑이니까. 답을 주려면 그들의 퇴근시간 전인 8시까지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줘야 한다. 결국 어제 오후 6시 급행 항공편으로 보낸 샘플이 그들에 한국시간 새벽 1~2시쯤에 도착하고 그걸로 본인들이 회의한 내용을 나에게 전달, 내용을 전달하고 답을 받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7시에 출근해서 1시간 동안 메일 확인 후 답변을 나가면 그제서야 커피타임이 생긴다. 1.5층에서 커피머신에 커피를 내리고 편의점에서 에너지드링크를 사온다. 1+1로 할인하는 김에 10캔 정도 샀다. 너무 일찍부터 집중을 하다보면 졸음이 오고 피로가 몰려오니 에너지드링크는 마치 삶의 일부..
고구마라떼 Hello, Stranger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 그리고 반지하의 감성과 빈티지, 매장은 낮은 층고에 하지만 아늑함을 제공했다. 매장 자리는 다 합해도 20석이 안되고 도로에 바로 인접한 반지하라 외부 좌석도 없다. 반지하에 옆 방을 개조한 듯한 구조에서 옆 방으로 들어가면 작은 방과 창고와 같은 넓이의 각 8석 4석의 자리가 나왔다. 메인 홀에는 8명이 나란히만 앉을 수 있는 구조였다. 카운터에는 2명의 바리스타가 정신없이 하루종일 커피를 내리는 구조다. 더불어 낮은 층고는 커피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특히 겨울에 더욱 따뜻한 느낌을 줬다. 커피도 비싸지 않았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정도다. 2,000원, 아무리 사회초년생이지만 즐길 수 있는 가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500원을 ..
서울에서 대구까지 회사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메일 보내고 일정짜고 샘플만들고 배송스케줄에 맞게 쿠리어를 보내는 업무다. 출근해서 보니 1층에 타이틀이 어머님이란 분께서 출근을 항상하셨고 9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하신다. 주로 하시는 업무는 샘플을 빠르게 완성하고 배송상태까지 만들어 주시는 것. 그런데 청소도 해주시고 커피도 한 잔씩 (꼭 믹스만 드신다) 드시고 인상도 좋으신데 근속이 회사만큼 오래되셨다 했다. 더 놀라운 건 근처 건물주시라고. 출근하면 창고나 또는 거래처에서 온 원단 롤을 어머님에게 드린다. 그리고 이걸 다시 자르고 패킹해서 봉제공장 또는 샘플실로 올린다. 그리고 완성품을 받아서 매일 6시 마감인 쿠리어를 통해 보내는게 내 주요 업무였다. 정말 어려울 것은 없지만 거래처가 문제였다. 국내 거래처는 ..
주말, 어느 고시원 첫 출근일이 금요일이었어서 주말에는 고시원을 보러 다녔다. 미리 직접 답사했던 곳을 방문하고, 꼼꼼하게 상담했다. 그렇게 알아본 곳 중 월 33만원만 내면 되는 고시원을 선택했다. 기숙사에는 살아봤지만 고시원에는 살아본 적이 없었고, 그저 잠만 자는 공간만 있으면 되겠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회사까지 걸어서 단 5분거리, 대부분 큰 차이는 없었고, 창이 있고 없고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창이 있는 곳은 2~3만원이 더 비쌌고, 방이 한뼘이라도 넓으면 10만원이 비쌌다. 그렇게 결정한 방은 고시원 한 가운데의 창문 없는 방. 잠만 자면 되는 공간이라 생각했기에 최소한의 공간만 필요했다. 머리와 발끝이 동시에 닿았으나 몸을 뉘일 곳은 충분했다. TV도 구형이었지만 일단 나오고는 있었고, 작은 냉장고도 있었다...
홍대입구에서 첫시작 덜컥 합격한 중소기업은 홍대입구역과 매우 가까웠지만 집에서는 멀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첫차를 타고 홍대입구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알바나 과외를 제외하곤 처음 사회생활이니, 아무리 중소기업이라도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떤 환경이고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아니 한 명 있었는데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 한 명은 앞으로 내 사수가 될 신과장님이었다. 신과장님은 처음 나를 봤을 때 존댓말을 하면서 어려워했고, 첫날은 가벼운 신상정도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업무를 하러 30분 만에 짧은 첫 만남은 끝났다. 그리고 사장님과의 첫 대면 시간, 호탕한 사람이었다. 나이는 50대 중후반? 체구는 작지만 자신감이 넘처보이는 표정과 다부진 ..
어느 늦여름 대학 동기는 찬송가를 부르고 모 대기업에 취직했다. 그리고 후배는 잘 나가는 포워딩회사로 갔다. 나는 아직 취준생이었다. 더위의 절정이 한풀 꺾일 무렵, 욕심과 자존감을 내려놓기로 했다. 중소기업... 생각에도 없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잘나가는 대기업이건 포워딩회사건 유통중견회사건 일단 학점을 따야 졸업을 하니까, 잡코리아와 사람인에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전공을 살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유명한 모 벤더회사 같은데는 이미 서류와 면접에서 다 떨어졌다. 그렇다면 비슷한 중소기업에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이력서를 넣은지 단 몇일만에... 면접이 덜컥 잡혔다. 면접은 서류 넣고 다음날 오후 시간이었다. 너무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부랴부랴 정장만 챙겨입고 나가고 넥타이도 깜빡했다. 집에서 2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