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Stranger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 그리고 반지하의 감성과 빈티지, 매장은 낮은 층고에 하지만 아늑함을 제공했다. 매장 자리는 다 합해도 20석이 안되고 도로에 바로 인접한 반지하라 외부 좌석도 없다. 반지하에 옆 방을 개조한 듯한 구조에서 옆 방으로 들어가면 작은 방과 창고와 같은 넓이의 각 8석 4석의 자리가 나왔다. 메인 홀에는 8명이 나란히만 앉을 수 있는 구조였다. 카운터에는 2명의 바리스타가 정신없이 하루종일 커피를 내리는 구조다. 더불어 낮은 층고는 커피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특히 겨울에 더욱 따뜻한 느낌을 줬다.
커피도 비싸지 않았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정도다. 2,000원, 아무리 사회초년생이지만 즐길 수 있는 가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500원을 더하면 무려 고구마라떼를 즐길 수 있었다. 사이즈는 그란데사이즈보다 크고 벤티보다 작은 정도. 단돈 2,500원에 고구마라떼를 마실 수 있다니! 심지어 그 고구마페이스트는 진짜 고구마를 갈아서 만든 이 카페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맛이었다. 결국 이런 고구마라떼에 중독이 되었고 넉넉하진 않지만 2~3일에 한 번, 주말에도 한 번 정도 나와서 마시게 되었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이 카페는 굉장히 나에게 힐링을 주었지만, 평일 점심때는 아니었다. 이 집단은 점심만 먹으면 죄다 카페를 가려고 하는데 회사에 오는 길이니 매번 여기를 들린다. 그리고 앞에서 가위바위보. 지면 일단은 2만원은 날아간다. 2만원이면 최저시급에 가까운 계약연봉에 수습기간 70%의 내 월급에서는... 말을 말자. 여튼 점심시간은 매우 난처한 시간이 되어갔다.
결국 점심은 따로 먹기로 했다. 고시원에서 무제한 제공하는 삶은 달걀을 점심으로 삼고 퇴근하고 제대로 챙겨먹기로 했다. 명목은 다이어트다. 살을 빼고 건강을 찾기 위해서 매일 건강하게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꾸준히 운동하고 식단을 챙기는 것을 어필했다. 어느정도 그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에게는 받아들여졌지만, 문제는 저녁시간이었다. 보통 일이 끝나려면 저녁 9시는 되야 했고, 저녁을 먹고 일을 한다. 그런데 식단을 하려면 저녁을 먹지 못한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려면 너무 늦는다. 회사에서는 1인 당 5천원 내에서의 야근식대를 제공했고, 이건 부장의 법인카드에서 결제하고 내가 올렸다. 5천원 내에서 한정된 식당에서 건강을 챙기면서도 다른 직원들과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식당... 저녁도 챙겨먹기 힘들었고 결국 의도보다 살이 더 많이 빠지게 되버렸다.
살도 빠지고 통장 잔고도 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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